최태원 노소영 파기환송 | 1.4조 재산분할 원점 | 이혼 | 노태우 300억 | 대법원 판정

 

대법원이 10월 16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 판결을 파기환송했습니다. 지난해 항소심에서 선고된 1조 3,808억 원대 재산분할 판결이 뒤집히면서, 세간을 떠들썩하게 했던 ‘세기의 이혼’ 사건은 다시 법정으로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이번 대법원의 판단은 단순히 액수의 문제를 넘어, 재산 형성과 기여도를 새롭게 해석해야 한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닙니다.

 

1조 원이 넘는 재산분할이 무효로 돌아간 순간, 법정은 사랑의 끝이 아닌 ‘기준의 문제’를 논하기 시작했습니다. 대법원은 “불법 자금은 보호받을 수 없다”는 판단을 내리며, 재산 형성의 출처까지 따져야 한다는 새로운 원칙을 제시했습니다. 이제 이 사건은 단순한 부부 간의 다툼이 아니라, 법이 정의를 다시 세우는 과정으로 확장되고 있습니다.

최태원 노소영 35년의 결혼, 그리고 인연의 마침표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은 1988년 결혼했습니다. 노 관장은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녀로, 당시 재벌가와 정치 명문가의 결합으로 사회적 주목을 받았습니다. 두 사람은 세 자녀를 두고 오랜 세월 동안 재계의 대표적인 부부로 알려졌으나, 2015년 최 회장이 언론을 통해 혼외 자녀의 존재를 인정하면서 관계가 급격히 틀어졌습니다. 그는 직접 공개 편지를 통해 새로운 동반자와의 관계를 밝혔고, 사회적 파장은 컸습니다.

 

이후 2017년 최 회장이 법원에 이혼 조정을 신청하면서 두 사람의 관계는 법정으로 향했습니다. 노 관장은 이혼을 원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유지했지만, 동시에 재산분할과 위자료 청구를 제기하며 맞섰습니다. 1심에서 법원은 노 관장의 기여도를 일부 인정해 665억 원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내렸지만, 항소심에서는 1조 3,808억 원으로 금액이 대폭 상승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부부 공동재산의 범위와 주식 가치 상승분이 쟁점이 되었고, 법원은 노 관장의 내조와 사회적 기여를 폭넓게 평가했습니다.

대법원의 판단 — 불법 자금은 보호받지 못한다

 

그러나 대법원의 결론은 달랐습니다. 재판부는 “재산분할의 기준은 합법적으로 형성된 재산에 한정되어야 한다”며, 항소심이 판단한 기여도 평가에 법리적 오류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특히 노태우 전 대통령이 최 회장에게 제공한 300억 원가량의 금전이 재산 형성에 영향을 미쳤다는 점을 인정한 항소심의 판단을 문제 삼았습니다. 대법원은 “불법 자금이나 뇌물로 형성된 재산은 법이 보호할 수 없다”고 명시했습니다.

 

이 판결은 단순히 재벌가의 이혼 소송이 아니라, ‘재산 형성의 정당성’에 대한 법적 기준을 새로 세웠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습니다. 재산분할의 범위를 단순히 금액으로만 평가하지 않고, 그 출처와 형성 과정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원칙이 확립된 것입니다. 이에 따라 서울고등법원은 다시 사건을 심리하며, 재산의 출처와 각자의 기여도를 다시 산정해야 합니다.

1조 4천억 원의 의미

 

1조 3,808억 원이라는 금액은 단순한 돈이 아닙니다. 한 부부가 함께 쌓아 올린 시간, 그리고 그 시간에 대한 사회의 해석이 담긴 숫자입니다. 이번 판결로 그 거대한 금액은 다시 계산대 위에 오르게 되었습니다. 대법원이 재산분할의 전제 조건을 다시 세운 만큼, 노 관장이 실제로 받게 될 금액은 크게 달라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판결이 재벌가뿐 아니라 일반 부부의 재산분할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단순히 ‘혼인 중 늘어난 재산’을 나누는 것이 아니라, 그 재산이 어떤 과정을 거쳐 만들어졌는지를 따져야 한다는 새로운 기준이 만들어졌기 때문입니다. 이는 향후 상속, 기업 경영권 분쟁 등에도 선례로 작용할 가능성이 큽니다.

 

판결 이후의 변화

이번 판결로 노소영 관장은 위자료 20억 원은 확정적으로 받게 되었지만, 재산분할은 처음부터 다시 심리해야 합니다. 그녀는 결혼 기간 내내 배우자이자 예술가로서의 삶을 이어왔고, 아트센터 나비를 통해 사회적 활동을 지속해 왔습니다. 노 관장은 이전까지 “혼인은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책임”이라는 철학을 지켜왔지만, 이번 결과로 또 한 번의 긴 싸움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최태원 회장은 SK그룹 경영을 이어가면서도 개인적인 논란에서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 상태입니다. 그는 “기업과 개인의 문제는 별개”라고 강조하며 경영 안정에 집중하고 있으나, 이번 판결로 사회적 시선이 다시 그에게 향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가 SK 지분 20% 이상을 보유한 국내 재계 핵심 인물이라는 점에서도 기업의 신뢰도와 이미지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재벌 이혼이 남긴 질문

이번 판결은 단순히 한 부부의 결별이 아닙니다. 한국 사회에서 ‘재산’과 ‘기여’, 그리고 ‘책임’이라는 개념이 어떻게 정의되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입니다. 대법원은 이번 판결을 통해 사랑과 신뢰로 맺어진 관계라 하더라도, 그 결말이 법의 영역으로 들어오는 순간 얼마나 복잡한 계산과 판단이 필요한지를 드러냈습니다.

 

이 사건은 법이 인간의 감정을 대신 판단할 수 없다는 현실을 보여줍니다. 결혼의 끝이 슬픔만으로 남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삶을 수치와 기준으로 환산해야 하는 과정으로 이어졌다는 점에서 이혼은 여전히 사회의 민낯을 드러내는 주제입니다.

 

 결론

 

최태원과 노소영, 두 사람의 이름은 오랫동안 한 시대의 상징처럼 불렸습니다. 권력과 재벌, 그리고 사랑과 책임이 얽힌 그들의 결혼은 결국 긴 세월을 돌아 법정에서 끝을 맺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단순한 결별의 이야기가 아닌 이유는, 그 안에 우리 사회가 정의를 어떻게 세우는지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의 판단은 사랑보다 냉정하고, 감정보다 법리에 가까웠습니다. 불법으로 형성된 재산은 보호받지 못한다는 단호한 원칙은, 앞으로 재산분할 소송뿐 아니라 한국 사회의 윤리 기준에도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결국 이 사건은 돈의 액수가 아니라, 법이 인정할 수 있는 정의의 무게를 묻는 판결로 남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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